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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동행

  • 연도2016년
  • 수상동상
  • 이름박태환
  • 소속홍성의료원 신경외과
오늘, 그와 함께 한 여정이 끝이 났고 그는 떠났다. 8개월 전 그는 오토바이 사고로 목이 부러진 채 응급실로 실려왔고, 목 아래로는 감각도 없었으며 전혀 움직일 수도 없었다. 처음 보았을 때 그는 마치 방금 꿈에서 깬 듯 아직 자신이 처한 현실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고통에 신음하는 여느 환자들과는 달리 어리둥절한 얼굴로 두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 육신의 마비가 그의 감정마저 마비시킨 것일까? 돌이켜보면 지난 시간동안 그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다만 망연히 눈을 뜬 채 허공을 응시하는 그를 보고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고 있는 것이라고 여겼을 뿐이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운명에 대해 응당 있을 법한 분노와 부정의 과정을 생략한 채 모든 것을 고요히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에게 남아 있는 피붙이라곤 누이동생 하나뿐이었다. 평소 내왕을 하지 않은 듯 그녀는 오랫동안 소식이 끊겨 남처럼 살아온 오빠의 소식을 전해듣고 재회를 기뻐하거나, 전신마비가 되버린 그를 보고 슬퍼하지도 않았다. 단지 경제적 부담을 짊어질 유일한 보호자가 된다는 사실이 탐탁지 않을 뿐이었다. 급기야 자신도 형편이 어려우니 더 이상 비용이 부담되는 어떠한 검사나 처치를 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오빠가 누워 있는 중환자실 간호스테이션에서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며 치료를 중단해달라는 말을 몇 번이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는 사지를 움직일 수 없을 뿐, 보고 듣고 생각하는 기능은 모두 정상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 했다. 아니, 이제 꼼짝할 수 없이 누운 무력한 그의 몸뚱이만큼 그의 인격도 내동댕이쳐져 무시해도 좋은 것으로 치부한 것 같았다. 그는 누이동생의 말을 고스란히 듣고 있었지만 무심한 듯 큰 눈망울을 껌벅일 뿐이었다.

입원한 지 얼마 후 그의 꼬리뼈 부위에는 작은 욕창이 생겼다. 그러다가 어느새 엉덩이를 넓게 채우며 이윽고 등 한가운데로 다시 옆구리로, 어깨 뒤편으로 욕창의 범위는 점점 넓어져갔다. 그의 피부는 마치 해부 실습실에서 본 것처럼 여기저기 피부가 벗겨지고 붉은 속살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나는 그가 고개를 들어 자신의 몸을 바라볼 수가 없다는 것이 차라리 다행스런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가 욕창부위의 괴사된 조직을 제거하기 위해 데브리망을 하는 동안 그는 마치 맹수에게 제살이 먹히는 것을 빤히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어린 사슴의 그 처연한 눈망울처럼 모든 것을 체념하며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으며, 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어느 물체, 마치 네 개의 가지가 달린 나무토막위에 창백한 얼굴만 얹혀 있는 그림처럼 비현실적이었다. 그는 기관지에 구멍이 뚫려 말을 할 수 없었고 이따금 입모양을 만들며 무슨 말인가를 하려 했지만 내가 잘 알아듣지 못한다고 여겨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입모양 만들기’조차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이 모든 것이 일상이 된 듯 하루의 대부분을 흐릿하게 눈을 뜨거나 감고 있었으며, 그나마 회진하며 마주치는 의사에게 입을 벌리고 힘없는 미소로 반기는 것 외엔 종일토록 숨죽이며 자신을 빈 공간속으로 집어넣는 듯 했다.

그의 상태는 마치 담장 위를 거닐듯 위태로웠다. 몇 번에 걸친 뇌경색과 폐렴의 악화로 바이탈 싸인이 흔들리면서 혼미한 의식으로 떨어지고 회복하기를 반복했으며, 그때마다 그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이제 그의 손발은 퉁퉁 부었고, 승압제를 사용하지 않고는 혈압이 유지되지 않았다. 그는 약해진 자신의 숨이 멈춰진 채 인공호흡기가 내뿜는 숨을 풍선처럼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으며, 온통 그의 몸에 얼기설기 걸쳐 있는 링거줄과 각종 모니터 연결선들은 그물처럼 그를 가두어 놓았다. 그물은 죽음을 향해 날아가려는 거대한 생명의 몸짓을 제압하고 더이상 퍼덕이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았고, 의료장치의 추격을 따돌리지 않는 한 그의 회귀성은 조롱되기 일쑤였다. 이제 죽음의 시간은 그의 의지와 상관없는 일이 되었다.

그의 몸은 점차 앙상하게 변했고, 급기야 폐렴의 합병증으로 기관지가 천공되어 식도와 연결되는 식도루가 형성되었다. 그의 누이동생은 여전히 수술을 거부했으며, 그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분수처럼 식도 동맥이 터져 죽음을 맞이할 때를 기다려야 했다. 나는 그에게 욕창이 있음을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지 않았던 것처럼,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그의 식도 동맥이 머지않아 파열될 것이며, 곧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몸 상태와 닥쳐올 미래에 대하여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우리는 철저히 그를 소외시키는데 협력했다. 자신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몸에 관한 결정에서 제외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명마저 그와는 상관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생명의 존엄함은 사라지고 가련한 목숨이 끊어질 듯 이어지고 있었지만 우리 모두는 그가 살아 있음에 대하여 나른하고 지친 표정을 점점 숨기지 않았다. 나는 습관처럼 그의 혈액을 뽑아 검사실로 보냈고, 챠트에 나타난 빨간색 숫자를 확인한 후 매출 장부의 숫자를 맞추듯 전해질을 투여하고 수혈을 했으며 때로는 고가의 항생제를 처방했다. 나는 이 모든 일이 무의미한 일이 되지 않기를 바랐으며, 지금 내가 하는 결정은 정의롭고 윤리적인 것이라고 자위했다.
그러나 사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생명의 끝도, 생명의 존엄함도 모호해졌으며, 정의와 윤리는 마땅함의 잣대에서 늘 흔들렸다. 마땅함을 얻기 위한 판단의 근거가 무엇이며 옳음을 확정짓는 판단의 주체는 누구인가? 나는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 할수록 그가 벗어던져야 할 짐이 내 어깨 위에도 얹혀 있는 듯 무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가장 나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살기를 원하는가?’였다. 남루해진 의복 같은 그의 몸만큼이나 무능한 그의 경제력은 그에게서 자신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박탈했으며 그를 둘러싸고 빙 둘러서 내려다보던 이들이 합심하여 그의 두 눈을 가렸지만 그는 내밀한 生意의 숨결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지 않은가?

8개월간 아침저녁으로 힘없는 미소를 보내며 늘 중환자실의 한쪽에 있었던 그가 사망하는 날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가래를 뽑으려고 석션을 기관절개부의 튜브로 넣었는데 피가 솟구치듯 내뿜는다고 했다. 어찌 해볼 시간조차 없이 그의 혈압은 낙하하듯 떨어졌고 그의 가슴은 피로 흥건했다. 곧 심장 리듬이 불규칙해졌고 그가 아직 살아있는 유기체임을 나타내는 심장의 파형은 이내 사라질 것이었다. 나는 그의 누이동생의 바람대로 아무런 처치도 하지 않았다. 불과 수분 만에 그는 심장이 멎었고 나는 죽어가는 그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의사로서 그에 대한 어떠한 결정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에게 수혈을 할 것인지 갈등할 필요가 없으며 그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간호사에게 눈짓을 보낼 일도 사라졌다. 그가 누워 있던 자리는 곧 흰색 소독포로 덮였고 엉킨 실타래 같던 내 머릿속도 하얗게 지워진다. 다만 육신의 소멸과 함께 그는 더 이상 소외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그를 소외시켰던 것은 그의 몸이었므로…….
그가 자연의 품에서 한동안 자유롭고 평온한 휴식을 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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